3월 첫날 외신에서 한 여성이 산부인과 검사를 받다가 견습의사의 실수로 처녀막이 파열됐다며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이 우리 돈으로 44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여성이 결혼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검사를 진행했고 순식간에 처녀막을 손상시켰다.
이 뉴스를 접한 우리나라 누리꾼은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중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아직 성경험이 없는데 혹시라도 처녀막이 파열될까봐 산부인과에 가기 무섭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 가능할까.
◇ '처녀막' 보호하는 사회
여성이라면 누구나 산부인과에 대해 왠지 모를 꺼림칙한 느낌과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특히 미혼여성이라면 남의 이목까지 신경 써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잘못된 선입견이나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산부인과를 무조건 기피한다면 조기 치료 시 쉽게 나을 수 있는 병을 키울 수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미혼여성이라도 자궁에 이상이 있거나 생리로 인한 질병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산부인과를 찾아 정확한 치료를 받아야 뒤탈이 없을 것이다.
혹 미혼여성 중에 중국의 사례처럼 처녀막이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산부인과에 가서 성경험이 없음을 의사에게 말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현재 산부인과에서 여성에게 하는 검사는 성경험이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에게 있어서 그 방법에 차이가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질 출혈이나 분비물이 심하게 지속될 때는 내시경을 이용해 손상 없이 질 안의 혹이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는 "환자가 성경험이 없다고 한다면 질을 통한 진찰이나 검사는 하지 않으며 간접적인 초음파나 항문 쪽으로 초음파를 보거나 MRI를 찍는 방법 등으로 검사를 하므로 처녀막이 손상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 사람의 얼굴처럼 가지각색 '처녀막'
처녀막은 질 입구를 동그랗게 싸고 있고 탄력성 있고 연한 결체 조직이다.
흔히 '처녀막'이라는 이름 때문에 하나의 막으로 막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처녀막 폐쇄증'이라는 질환으로 처녀막 기형에 속하며 보통은 도넛처럼 가운데는 뚫려 있어서 월경이나 질 분비물을 질 밖으로 내보낸다.
우리가 흔히 첫 섹스 시 처녀막이 파열되면서 혈흔이 보여야 성 경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고 믿지만 전문의들은 처녀막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처녀막의 모양은 사람들의 얼굴처럼 생긴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바로 이런 처녀막의 특성 때문에 성경험 유무를 쉽사리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베일러 이화산부인과 정호진 원장은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바닥에 주저앉을 때 자신의 발뒤꿈치나 신발의 뒤축에 앉는 경우에도 손상이 생길 수 있다"며 "처녀막은 단지 질점막이 질 입구 부근에서 조금 융기돼 있는 조직으로 파열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고 손상이라고 함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원장은 "처녀막은 사람마다 모양이 다르고 아예 막혀있는 경우는 병적인 것으로 절개하는 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도 "남성의 성기가 처녀막의 구멍보다 작다거나 드물게는 한 번 정도 손상됐는데도 잘 아물어 처녀막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며 "심지어 파열된 즉시 출혈이 있을 수 있고 또 없는 경우도 있어서 출혈로 성경험 유무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도 처녀막에 대한 부담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들에게 대안이 되고 있는 '처녀막 재생수술'은 어느 정도 처녀막 조직이 남아 있어야 용이하며 처녀막을 봉합해 수술 후 성관계 시 출혈이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최근 첫 성경험을 하는 나이가 빨라지고 인식도 많이 바뀌어서 고민하는 여성들은 많지 않지만 처녀막 재생수술을 받는다 해도 나중에 출혈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 (ellee@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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